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속으로 빨려 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오랜만에 읽어본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서도 첫 문장부터 역시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어떤 내용인지 조차 몰랐지만 ‘잠을 못 잔 지 십칠 일째다'라는 첫 문장부터 흥미로웠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을 경험했다.
단편소설인 이번 책은 다른 책에 비해 얇았고 글씨를 담고 있는 책장의 종이도 생각보다 두꺼웠다. 그래서 그런지 한 자리에서 모두 읽을 수 있었다. 넉넉히 한 시간 반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잠 /무라카미 하루키
주인공은 치과의사의 남편과 아들을 둔 주부이다. 그리고 이렇게 세 식구는 단란하게 살아가고 있다. 주인공은 치과에서 일하다가도 점심시간에 맞춰 집에 와 밥을 먹는 남편을 위해 하루 3끼 밥을 차린다. 그리고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을 위해 저녁이 되기 전에는 간식을 준비한다. 30살인 주인공은 예쁜 몸매를 유지하기 수영을 하러 가곤 한다.
그렇게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잠이 오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았던 첫날 두려웠던 가위눌림을 경험한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잠이 오지 않아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알리더라도 병원에 가보라는 답이 돌아올 것을 이미 알고 있어서이다.
결국 17일째 잠을 자지 않는 주인공. 그녀는 불면증이 시작되고 나서 대학생 때 즐겨 읽던 책을 읽을 다시 읽게 된다. 그리고 추억에 이끌려 책을 읽으면서 즐겨 먹었던 달달한 초콜릿을 먹는다. (남편이 단 것을 좋아하지 않기에 집에 과자 같은 단것들이 존재하지 않았었다.) 평 같다면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 가지 일들과 고민아 생각나 같은 책 페이지만 반복해서 맴돌고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책을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옛날 어린 시절의 자신처럼 책을 읽고 있을 때 아무 생각도 나지 않고 책의 내용에만 집중한다.
잠을 자지 못하게 되면서 주인공은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시어머니에게도 감정 없이 평소와 같이 하던 임무를 수행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감정이 메말라 있는 주인공을 눈치채지 못한다.
주인공은 잠을 자지 않음으로써 온전히 개인 시간을 갖게 된다. 혼자 술을 마시며 책을 읽거나 어두운 시각에 연식이 오래된 차를 끌고 드라이브를 간다.
그리고 어느 날 밖으로 나와 차를 끌고 나온다. 그리고 차를 세워 차 안에 머무는 동안 누군가 주인공의 차로 다가온다. 그리고 차를 흔든다.
너무 무서운 나머지 시동을 걸려 하지만 연식이 오래된 차는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늦은 밤, 홀로 차 안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차를 흔들고 때린다. 두려움과 맞닥뜨린다. 책은 이렇게 끝난다.
잠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리뷰 :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을 쓰면서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한다. 나는 불면증을 경험했던 적은 없지만 잠이 오지 않아 새벽 4시까지 뜬 눈으로 보낸 적이 몇 번 있다. 모두가 잠든 새벽이지만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었다. 다음날이 걱정이 되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새벽 두 시가 넘어가고 나서 어느 순간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의미 있게 보내보고도 싶었다. 그냥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고 잠을 기다리기보다 이 시간을 즐기자 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안나 카레니나) 역시 처음에는 불면증에 대해 걱정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어있는 시간에 평소 자신이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 나간다. 그러면서 자신을 찾아 나가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해석이 정답이 될 수는 없지만, 남들이 자고 있는 시간에 깨어 있음으로써 나 자신을 찾게 되고, 조금 더 나라는 사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와이프보다 남편을 만나기 전의 자신으로,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분명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불면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민이 많아 새벽까지 뜬 눈으로 지새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과거의 자신이 그리운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런 생활이 반복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가져다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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